병명도 모른 채 방치된 바가노르 장애아동들이 있어요.
한 달 동안 15가구의 장애아동 직접 만나 2024년 1월 15일 몽골 칭기스칸 공항에 도착, 3시간의 차량 이동으로 드디어 바가노르에 도착했다. 지난해 7월 열흘 동안의 단기봉사를 마치고 바가노르를 떠난 이후 한시도 이곳을 잊고 지낸 날이 없었다. 우리는 바가노르에서 한 달 동안 꽤 많은 것을 하기로 계획을 짜두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한 가지는 바로 장애아동 가정방문이다. 지난 여름에 너무 짧게 끝났던 일정을 조금 심도 있게 해보고 싶었다. 게르촌에 살고 있는 장애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여러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상황과 욕구를 직접 눈과 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15가구의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가정을 방문했다. 모든 가정을 소개하고 싶지만, 그중에서 ‘델르레르마’와 ‘바트에르뎅’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성보호자가 필요한 자폐소녀 델르레르마 1월 30일 델르레르마와 만났다. 2011년생 여자아이이며 자폐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델르레르마는 900g 미숙아로 태어났으며, 2살때 자폐 스팩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다. 태어나 2달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지내야 했으며 성장하며 보행 장애도 점점 두드러졌다. 델르레르마의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고 넉달 후 돌아가셨다. 이후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이는 아빠와 오빠뿐이었다. 델르레르마가 어렸을 때는 돌보는 데 지금처럼 어려움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델르레르마의 몸과 마음이 성장할수록 두 남자가 돌보는 것이 어려워졌다. 분리되지 않은 게르라는 좁은 공간에서 세 식구가 살아야 하고, 그녀 스스로 옷도 갈아입을 수 없기에 여성 보호자가 없는 것이 가족에게는 엄청난 어려움이라고 하였다.
영양결핍으로 2살로 보이는 5살 바트에르뎅 2월 6일 바트에르뎅과 비좁은 게르에서 만났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았으나 남자아이였으며, 몸 크기로는 2살 정도 되어 보였다. 키는 70cm 남짓, 몸무게는 9kg 정도 나간다고 엄마가 얘기해주셨다. 아이의 엄마와 식사 후 대화를 나눴고 아이의 불편한 몸과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은 아이의 나이가 5살을 넘겼다는 사실이었다. 바트에르뎅은 20대 중반인 엄마와 둘이서 국가에서 주는 소액의 연금만으로 생활을 이어간다고 했다. 엄마가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를 어딘가에 맡겨야 하는데 바가노르에는 장애아동을 돌볼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일을 할 수 없기에 아이에게 들어가는 약값만으로도 굉장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값조차도 벅찬데 적절한 치료나 수술을 꿈꾸는 것은 그야말로 ‘꿈’일 뿐, 이것이 바트에르뎅뿐 아니라 게르촌에 살고 있는 많은 장애인 가정이 처한 현실이다.
적절한 치료는 커녕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 한 달 동안의 봉사활동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 바트에르뎅의 소식을 들었다.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뇌 장애, 폐렴, 늘 달고 사는 감기, 신체적 불편함 등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것들을 치료하기는 커녕 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바트에르뎅을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아이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장애 병명을 확정받을 수만 있다면 나라에서 나오는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가정 아동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기저귀, 매일 복용하고 있는 약값이랑 비타민제,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가 시급한 상태이다. 영양소가 부족한 음식을 매일 먹다 보니 아이들은 모두다 제 나이 보다 작고 허약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몽골 바가노르 장애아동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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